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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름철 보양음식
여름철 보양음식
  • 유봉식 기자
  • 승인 2018.08.08 12:33
  • 댓글 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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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학병원 외과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때다. 한여름으로 접어든 7월의 어느 날, 수석 전공의 선배를 필두로 수술팀이 회진을 막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가려던 참이었다.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 보호자 한 분이 압력솥 하나를 들고 간호사실 앞에서 우리를 불렀다.

“선생님, 수술 후 회복에 좋다고 해서 집사람 먹이려고 준비했는데요.”
수술팀의 막내인 인턴이었으므로 필자가 얼른 나서서 솥을 받아드는데, 꽤나 묵직했다.
“구탕(狗湯)입니다. 허허허, 더운데 선생님들도 원기회복 좀 하셔야죠.”
환자 보호자의 정성을 감사히 받아들였고,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외과답게 반색하는 의사와 찡그리는 의사 모두 휴게실에서 땀을 흘리며 ‘보양’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.

그때에 비하면 월드컵도 치러내고 글로벌화도 많이 된 요즘이지만 수술한 환자들이 개고기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. 수술 후 회복엔 개고기가 특별히 좋다는 믿음 혹은 소문 때문일 것이다.

농사일을 해야 하는 소를 잡지 못하고, 돼지 사육도 잘 안되던 옛날부터 개고기는 중요한 단백질원(原)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. 수술 시 봉합한 절개 부위의 상처가 잘 아물기 위해서는 혈중 단백질 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하므로 수술 후에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꽤 일리 있는 얘기다. 하지만 단백질 공급을 개고기로 했을 때 더 효과가 좋은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. 전통적인 단백질원과 창상봉합 이론이 적절히 맞아 떨어진 스토리텔링이 수술 후 개고기 효과로 널리 퍼지게 된 이유가 아닐까 여겨진다.

무더위로 인한 탈수, 식욕부진, 저단백혈증 등에 대한 대책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 해 온 보신탕이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은 제도나 캠페인으로 쉽사리 바뀌지 않는 농경사회 선조들의 유산이다.

 단백질은 결국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우리 몸에 흡수된다. 때문에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전 어떤 형태를 띠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다. 수술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환자들에게 심리적으로나 실제로 도움이 된다면 보신탕 섭취도 안 될 것이 없다. 단, 안 먹던 사람이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다. 단백질의 과다, 아미노산의 과다가 오히려 해가 되는 질환도 있으니 주치의에게 한번쯤 상의하시기를 추천한다.

  <이대여성암전문병원 주 웅 교수>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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